1월이 이제 20일정도 지나가는 이 시점, 살짝 뒤늦게 2023년 회고를 하고자 한다. 독감과 주변 환경의 변화로 여유롭게 회고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잘 들지 않았다. 24년 회고는 연말에 미리미리 적어야겠다.
2023년 목표 부검
2023년의 목표는 아래 4가지였다. 부검을 해보자.
1. 안전하게 대학교 졸업 준비
먼저 2학기 복학은 연착륙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활동과 병행했는데 설계 B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학업을 준비해야 졸업이 가능할 지 가늠이 갔다. 졸업이 쉬운 과가 아닌게 예전엔 불만이었으나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아가고 있다. 아직 대학교에서 배울 것이 많고 학생 신분일 때 나를 성장시킬 계기가 너무 많다.
2. 건강을 끌어올리기
2022년 몸을 혹사했고 연초에 장에 탈이나 10개월 가까이 위장약을 먹으며 살았다. 살면서 내시경도 받아보고 조직검사도 해보고 쫄렸는데 다행스럽게도 살아돌아왔다. :) 그리고 여름을 지나가면서 학업과 소마 활동 병행을 했고 봉인해왔던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기!'와 '운동 내팽개치기!'를 했다. 위장은 거의 회복되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역류성 식도염과 장염이 도지는 고질병이 되버렸고 운동을 안하다보니 그나마 있던 근육이 순살치킨이 되버렸다. 이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3. 학업과 병행하며 돈을 벌 궁리
2023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활동은 나에게 큰 경제적 숨구멍이었다. (총 660만원의 현금과 각종 인터넷강의, 개발서적, 노트북 등 아낌없었다.) 원래는 외주나 사이드 프로젝트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대신 내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고자 했으나 어쩌다보니 주식도 잘 되버려서 이젠 배당금으로 프리미엄과 리디북스를 매년 구독할 수 있게 되었다. :)
4. 내가 망해도 뜯어먹고 살 방안 모색하기
내 목표대로 안되서 차선책을 선택해야한다면, 그도 아니라 잘 안풀리더라도 안정적인 삶은 영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을 했다. 소마 활동을 하면서 이런 불안감과 부담은 많이 줄어들었다. 어찌저찌 개발자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설사 취직을 했다. 취준을 지켜보면서 시장의 상황을 보니 개발자로 아무도 날 안받아줘서 전공을 살려 가야한다 해도 내가 들어갈 구멍은 있을 것이기에 더 안심했다.
2023년의 핵심 포인트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14기
2023년 메인 활동은 소마 활동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프라에서 즐겁게 프로그래밍을 했다. 기능 개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기획부터 배포까지 모든 방향을 고려할 수 있었던 최고의 기회였다. 활동을 극적으로 즐기지 못하고 학교 생활을 하거나 개인적인 일들이 생길 때가 있었다. 전념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팀을 조금 더 재밌게 리드하지 못한 점이 팀장으로는 너무 아쉬운 일이었다. 앞으로 내가 '일'을 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을 충분히 해볼만 하다로 바꿀 수 있었던 활동이었다. (but 갈 길이 너무 멀다는 것도 알았다!) 좋았던 것도 아쉬웠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행운이었다.
복학왕
시간관리는 너무나 중요했다. 그리고 체력이 너무나 중요했다. 개발활동과 학교수업을 병행하려면 정말 치밀하게 준비하고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 그래도 2년만에 학교에 돌아왔고 연착륙했다. 간만에 학교를 다니는데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 굉장히 재밌었다. 설계실 친구들도 너무 사람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 학과 수업. 특히 설계는 내 스케쥴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나를 고려해주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우리 학년의 주임 교수님의 욕심으로 인해 설계는 재재재마감을 했다. 이래서 소마의 마지막 수료식을 못간건 너무나 아쉬웠다. F를 받을 순 없으니 참 화가 나면서 받아들였다. 많은 것을 염두해둬야겠다. 그리고 은근히 돈도 많이 들었다. 판넬을 2번 뽑고 모형도 다시만들었다. 10만원씩 금방금방 나갔다.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 :(
가족, 여자친구, 우리 친구들
굉장히 많은 주변 상황이 바뀌었다. 대학생활, 서울생활의 메이트였던 여자친구는 취직을 해서 평일엔 지방으로 내려간다. 가장 친했던 고향 친구들, 같이 개발 공부를 했던 형누나친구동생들은 다들 알아서 자리를 잡았다. 비교할 마음은 없다. 내가 좀 늦어지면 어떤가. 그런데서로 시간을 맞추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익숙해지고 있다. 내 어린시절 많은 시간을 같이 한 할머니가 8월에 돌아가시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전역즈음까지 살았던 동네는 이제 할머니도 없고 우리집은 이사를 갔기 때문에 갈 일이 없어졌다. 따로 사는 손주 치고는 정말 자주 할머니를 보러 갔다. 그래도 아쉬움은 늘 남는다. 예전보다는 가족을 보는 시간, 여자친구를 만나는 시간, 통화하는 시간, 친구를 보는 시간 하나하나가 중요하게 느껴지고 아깝지 않았다.
2023년 잘가고 2024년 어서오고
정말 고마운 사람이 많다.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들과 사실상 가족인 여자친구. 소마 활동을 통해 새로운 만남을 했고 많은 인사이트를 준 멘토님들과 엑스퍼트님. 으쌰으쌰하면서 어케든 해보자고 지지고 볶았던 이제는 서로를 응원할 소마 ATM 팀 멤버들. 그리고 멘토링과 여러 활동들을 통해 만난 소마 14기 동료들, 걱정없이 볼 수 있는 친구들까지!
되돌아보면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성장하기도 하고 행복한 일도 많았다. 22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던 해였다. 아쉽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들도 많았다. 조금 더 열심히 덤벼들었다면 좋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많이 떠오른다.
그래도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2023년은 끝났다. 2024년 다시 신세질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오지는 뒤집어지는 일 년. 딱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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