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컴백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우연치 않게 접속해서 본 몇 년 전에 키워놓은 메이플스토리 캐릭터처럼 낯설고 참 오묘하다.
난 잊었지만 이 블로그는 그 캐릭터 슬롯에서 날 기다렸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설레면서 조작이 낯설다.
블로그 하는 개발자들은 연말에 회고라는 것을 하길래. 나도 한 번 해봐야지 싶어서 써보려고 한다.
누가 읽을 일은 얼마 없지만 글을 쓰면 나를 돌아보고 생각정리도 하고 그러려고 한다.
1월도 이제 중순이 다되가는 시기이다. 이제야 회고를 한다. 어쩌다보니 그렇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같고 개발블로그 작성이 어느 순간부터 심적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렸다.
필요한 것과 해야할 것이 있다면 해야할 것을 먼저 쳐내느라 잊혀졌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진득하게 블로그에 시간보내기 힘들었다.
그래도 올해는 블로그를 해야겠다 싶어서 돌아왔다.
1년을 돌아보면서 적당히 아무말을 적어보고 올해는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그래도 그렇게 놀진 않은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2022년의 시작
21년 9월에 호기롭게 휴학을 했다.
그리고 1월이 됐을 때 독학으로 엄청 성장 했지만 실패를 겪으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할 줄 아는 것은 코딩테스트 뿐이었던 시기였다. 어영부영 곧잘하는 편이어서 그당시에 백준은 골드였다.
그렇지만 이러다가 휴학한 시간을 보상받지 못할까봐 무서웠다.
2월쯤되니 그 시기까지 지원할 수 있는 부트캠프는 다 지원한 상태였고 다 떨어진 상태였다.
독학에 대한 열정의 불씨는 사라져가고 있었고 남은 6개월 통크게 날릴 것 같아서
3월말에 시작하는 국비지원에 들어갔다. 여러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정말 잘 들어갔다.
1일 1커밋
22년 1월 1일부터 똥이되든 뭐가 되든 커밋을 했다. 난 여행을 가서도 노트북을 챙겼고 백준 브론즈 문제라도 풀어서 올렸다.
1년을 채워보니 뭐 그렇게 남는 것은 없었지만 일단 커밋창이 이쁘고, 난 빵꾸내지 않는 착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 기분이 든다.
어느순간부터는 1일 1커밋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유효하지 않은 커밋이 많았으니까. 1년을 채우고 멈추자라는 마인드였는데
지금은 이대로 3년동안 매일 커밋을 한다면 매번 유효하진 않더라도 책 1페이지씩을 읽어도 3년이면 1000페이지인 것처럼
게임에서 운좋게 치명타 터지는 것처럼 타격이 많다보면 유효타도 생기고 치명타도 터지고 그러지 않겠나 싶어진다.
플레이데이터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고 개발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싶었다. 빅데이터 10기로 들어갔는데.
여타 국비지원 코스가 그렇듯 이것저것 다 배운다. JS, React, Java, Spring, MySQL, Python, Pandas, ...
코스 커리큘럼을 봤을 때부터 이미 깊이있는 학습은 나 혼자 따로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한 상태로 들어갔다.
기왕 헤매고 있는 중이니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다.
개발해보고 싶다고 혼자 막 해봤지만 나한테 맞는 포지션이 뭔지는 알아야하지 않겠나 싶었다.
적어도 데이터 시각화, 머신러닝, 딥러닝같은 파트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없었다.
모든 부분을 배워보니 인터넷 강의나 공식문서로 독학을 할 수 있는 기초체력도 생겼다.
수업만으로 취업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지냈다.
독서모임 런치북 (LAUNCH BOOK)
국비지원 동기들과 스터디 활동을 했는데, 난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구글링, 유튜브가 아무리 좋아도 나만의 개발자의 로망은 오렐리같은 두꺼운 책을 조지는 간지였다.
점심시간이 어쩌다보니 1시간반이기도 했고 20~30분 책읽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최소 인원을 만족해야 스터디가 만들어지는 상황이었고 다른 스터디 주제보다 마이너하기 때문에 인원 모집에 머리를 썼다.
개발서적을 읽으면 개발역량이 올라가니 좋고
개발서적 안읽어도 되니 책읽는 지적허영심을 채워보자고 권유하고
하루 20분, 주 3회 점심시간에만이라는 독서시간으로 부담을 줄였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책읽으면 개발을 더 잘하게 될거라는 가스라이팅을 하며 사람들을 모았다. 충분히 모였다.
독서모임은 20분 책읽기, 10분정도 읽은 부분에 대한 소감 나누기를 했고.
나중엔 스터디인원이 많아지다보니 소감나누기를 다 못해질 것 같아서 두 팀으로 나눠서 진행하기도 했다.
스터디 명 공모전, 부회장 선거, 독서모임 주관 개발 권장도서 목록 만들기 등을 통해 컨텐츠를 자꾸 뽑아내서 이탈자가 없도록 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파이널 프로젝트
국비지원의 마지막 1 ~ 2달은 파이널 프로젝트 기간이었다.
수료를 하면 같이 수업을 들은 사람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다른 코스, 업체의 수료생들, 전공자들, 괴물같은 독학러들과 경쟁해야한다.
2달동안 학원에 몸이 묶인채로 4명이서 하나의 완결성있는 프로젝트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세뇌해온 것은 이 프로젝트가 연습이고 다음에 다른 프로젝트 하면 된다고 느끼지 않게끔 하고
수료를 위해서 억지로 하는 숙제가 아니라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 스모킹 건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2달 가까이 작업하다보면 트러블도 생기고 성향도 안맞을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로 취업을 해야한다는 공동 목표가 있으니 악으로 깡으로라도 버티면서 다들 했다.
여행 커뮤니티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팀적으로는 애자일 프로세스를 우리에 맞게 최대한 적용하고자 했다.
해야하는 일들을 최대한 작게 쪼개서 TODOLIST를 만들고 우선순위를 정한 이후에
과업마다의 예상 작업시간을 다같이 토의해서 스토리포인트를 매겼다. 매일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에 회의, 회고를 진행하고
스프린트가 끝날 때마다 티타임을 가지며 따로 회고를 가졌다.
백엔드에서 가장 큰 무기로는 디테일한 테이블 설계 (그로인해 18개로 많아진 테이블)
많은 테이블들을 감당하고 Rest API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스웨거를 적용한 디테일한 문서화)
커뮤니티니까 필요한 로그인 기능 (로그인을 위해 배우지 않았던 스프링 시큐리티를 사용하고 적용)
정도였다. 테이블의 경우 디테일하면 할수록 많아지는데, 그렇다고 업무가 소름돋게 많아지진 않는다.
그러나 더 디테일한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네이버 부스트 캠프 챌린지 과정
7월엔 프리코스 격인 챌린지 과정을 수료했다.
국비지원에서는 파이썬, 판다스같은 내가 별로 안맞는 진도 기간이어서 수업은 사실상 안듣고
매일 내려오는 챌린지의 미션만 수행했다.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빙자한 미션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치열한 개발, JS만으로 싸우는 원초적이고 강렬한 기간이었다.
결론적으론 챌린지를 끝으로 본과정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너무 배운 점이 많았다. 난 아직 부족했다.
하루하루의 미션이 고비였고 제대로 잠을 잔 날이 첫날빼고 없었다.
솔찍히 넘나 어려운 날이 많았는데 그래도 어뜨케 해내가려고 하다보니 많이 늘었다.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내 경쟁력은 나쁘지 않았다. 네카라쿠배를 무조건 가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연봉 3000만 되도 배울 수 있고 좋은 자리라면 들어가자는 마인드가 있었다. 부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경력을 갖고 싶고 돈을 벌고 싶었다. 내 입장에서 정말 괜찮다고 생각한 곳에 의도치 않게 합격도 했다.
면접 준비한답시고 정장도 빌려 입어보고, 면접 질문 준비도 하고, 실제로 면접도 보고.
이력서 첨삭도 받아보고 아무튼 안해본 경험을 많이하게 됐다.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대졸공채나 네카라쿠배같은 경쟁풀이 아니라 국비지원 수료생들끼리의 경쟁풀에서 내 경쟁력이 꽤 좋았다.
그리고 그 것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의 한계라는 것 또한 알았다. 나중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러나 이번 취준을 하는 시즌에서의 최선, 한계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돈을 더 벌고 사회적으로 든든한 자리를 얻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큰 이유는 아니고
무엇보다 도망쳤던 기존 학교에서 졸업을 하고 싶었다.
전공이 너무 힘들고 안맞아서 돌아서 도망친 것으로 내 20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학교라는 기억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정시파이터였던 내가 학교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면 멋 없다. 멋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하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물론, 좋은 자리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졸업을 포기하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졸업 전시, 졸업 논문 시다
여자친구가 우리과 졸업반이다 보니 올해 졸전, 졸논을 했고 난 많은 부분을 도왔다.
도와서 졸업의 퀄리티를 올려주고 졸업을 시키는?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내가 졸업을 할 수 있는 지 가늠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일단 가능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지이이이이잉짜 힘들 것 같다.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많이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건강 이슈
올해 파이널 프로젝트, 부스트캠프 챌린지과정 등등에서 많이 무리를 했고
졸업 전시, 졸업 논문, 그리고 사이사이에 있는 중간마감까지하고
연말에는 풀로 밤늦게까지 작업하며 지내다보니 사실 건강이 너무 안좋아졌다.
종종 허리가 아프고 두통, 과민성 대장증후군. 이것저것 달고 다녔고 양반다리를 많이하다보니 무릎도 좀 아팠다.
작업 도중에 너무 이가 아파서 사랑니도 빼고, 신경치료도 했다.
코로나같은 것은 걸려도 금방 나았어서 나한테는 체감상 제일 편한 질병이었다.
걍 몸이 종합병원이다. 어휴
연초부터는 요양, 운동을 시작했다. 얼굴에 혈색이 도는 기분이다.
그래서 2023년
1. 안전하게 대학교 졸업 준비
2. 건강을 끌어올리기
3. 학업과 병행하며 돈을 벌 궁리하기
4. 내가 망해도 뜯어먹고 살 방안 모색하기
9월에 복학을 할 생각이다. 호오옥시 복학을 포기할 정도의 무언가 기회를 얻게 된다면 복학 안할거다.
작년에는 조급함이 많았다. 휴학한 1년여의 시간을 인정받고 싶고 보상받고 싶었다. 휴학기간이 똥될까봐 겁났다.
방구석에서 코딩한답시고 컴퓨터 두드리는데 아무런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휴학하고 게임하다가 돌아온 사람이랑 뭐가 다른가 싶었다.
부모님한테 상황이 이렇게 회사도 붙어보고 어디서 코딩 배우고 있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드려야 불안해 하지 않는다.
이제 복학을 염두해놓는다면 꽤 많은 시간이 생겼다. 조금 더 작년보다 긴 호흡으로 가야한다.
건강을 버리면서 스프린트를 하기엔 너무 시간이 많아졌다. 올해의 나는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해야 참을성이 생기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태도에 영향이 가지 않는 것 같다.
지난 1년은 너무 날카롭고 내몰린채로 지냈다.
그만큼 많은 실력이 늘고 개발자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지만 건강, 수면시간, 머리숱 등등 여러가지 등가교환한 것 같다.
올해들어와서부터 거의 맨날 운동을 하는데. 오히려 얼굴색이 폈다. 살아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요새 명상을 하는데.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플라시보면 어떤가 일단 정신건강 챙겨본다.
작년에 친구를 통해서 크롤링 외주를 받아봤다. 코딩으로 처음 돈을 벌어봤다. 얼마 전에는 자바로 과외도 해봤다.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들로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하고
수익이 없더라도 서버비용은 나오게끔 구글 애드센스가 붙은 어플도 출시해보려고 한다.
어케 잘되서 내 어플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대신 결제해줄 정도는 되길 바란다.
집안이 한번 크게 휘청거려 거의 엎어진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만약을 걱정하며 살아왔다.
내가 잘못됐을 때 뭐해먹고 살까 하면 얼마전까지는 모아둔 돈으로 공무원 준비를 생각했다.
이제는 개발로든 원래 전공인 건축이든 일단 내가 당장 돈을 벌어야한다면 뜯어먹고 살 자격증이든, 능력이든 길러놓고 싶다.
공무원은 1년에 1번밖에 시험을 못보고 떨어지면 후폭풍이 크다. 재수를 경험했다보니 보통 일이 아님을 안다.
주식에서 하방이 튼튼하다는 말은 휘청거려도 가격방어가 될 때를 이야기하는데, 나도 하방을 탄탄하게 다지고 싶다.
돈이 될만한 자격증, 프로젝트, 외주, 과외 다 알아보고 하나씩 하나씩 뜯어먹어볼 생각이다.
아무튼 마무리
작년의 1년을 되돌아보기엔 사실 너무 많은 디테일한 일들, 여러 일들이 많았고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 행복하고 재밌던 시기가 공존했다.
과거의 기억은 동영상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된다.
작년의 장면 하나하나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루하지 않은 나쁘지 않은 스토리였다. 졸라 고군분투 하면서 살긴 했지만 말이다.
내년은 아마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것 투성이라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내 예상대로 삶이 흘러간 일들이 얼마 안되다보니 더 가늠이 안된다.
당장 다음달에 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단 하루하루 분할정복 해본다.
'회고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14기 지원 회고록 - 2. 면접 준비부터 최종 통과까지 (1) | 2024.01.25 |
---|---|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14기 지원 회고록 - 1. 지원부터 코딩테스트까지 (2) | 2024.01.25 |
2023년 회고 (1) | 2024.01.22 |
백준 플래티넘 달성 (0) | 2022.06.01 |
생각보단 꽤 오랫동안 한 고민 (0) | 2022.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