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생각
요 며칠 정말 많이 바빴다. 편하게 잠도 못자면서 이것저것 했다. 그래서 게시글을 못올렸다. 못올리는 와중이기에 고민하기 편했다. 관성적으로 올리는 TIL이 의미없음은 꽤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정리하고 잔디를 심는 것은 이젠 정말 정말 쉽다. 처음에 정말 어떻게 마크다운을 써야하는 지, 깃허브는 왜 이런지, 깃은 왤캐 짜증나는지 몰랐다. 근데 나름 재밌었다.
이것저것 탈락하고 그러니 뭐 되는 것도 없고 손에 잡히는 것도 딱히 없고 보여줄 것도 없었다. 뭐라도 하자는 취지로 TIL이니 깃이니 티스토리 시작했고 지금 돌아보면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1월 1일부터 깃허브와 백준에 잔디를 심기 시작했고 문제만 풀고 있는 내가 싫어서 볼 사람도 없고 봐봐야 뭐 없는 티스토리에 일기블로그랍시고 혼자 뭔가 정리해서 올렸다. 외롭게 글을 올린 이유는 이렇게라도 안하면 아무것도 안할 것 같아서다.
아무것도 안했었는데 이젠 습관적으로 뭐라도 한다. 게시글 만들기도 마크다운도 깃, 깃허브도 별로 안어렵고 금방한다. 그리고 글을 올리기 위해서 공부했던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 부트캠프를 듣는 지금 꽤나 많이 도움이 됐다. 이 것만으로 난 꽤나 성장했다. 암것도 모르고 입만 살았던 건축 설계쟁이는 코딩할 때 영타도 꽤나 빠르고 구글링도 나름 할 줄 안다. 영어만 잘하면 된다.
무의식적으로 느껴왔고 최근 구체화된 이 고민은 더 이상 게시글을 올리는 데에 힘들지도 짜증나지도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이것저것 일을 벌여서 챌린지도 신청해보고 책도 봐보고 리뷰 이벤트도 막 찾아다니고 그랬던 것 같다. 구체적인 노잼의 이유를 모른채로 탈출하려고 했던 것 같다. 쌓아놓은 잔디, 커밋을 보면 내실이 아무것도 없이 꽉꽉 들어차있기만하다. 부트캠프에서 몇몇 분들이 내 깃허브나 백준 이런거 보고 대단하다고 성실하다고 그랬다. 칭찬인 것을 알고 있어서 감사한데 부끄럽고 민망하다. 첨보면 신기할 것 같다. 100일 넘게 들어차있는 잔디는 신기하고 이게 뭐임? 싶을 것 같다. 막상 까보면 내 생각은 별거 없다. 그래서 더 민망했다.
못하는 것을 하게 될 때 난 되게 재밌어 한다. 처음 코딩하겠다고 휴학하고 앉아서 파이썬을 부딛혀서 잠자리 누워서도 생각날 때 힘들었는데 좋았고. 하루종일 앉아서 백준을 푸는데 그 날 겨우 실버 두 세 문제풀고도 온몸이 지치는데 좋았다. 이제 나를 힘들게 할 뭔가를 찾아내고 내 생각까지 같이 들어간 TIL을 만들어야겠다. 오늘은 딱히 뭐 안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 가만히 생각하고 놀면서 여자친구랑 마라탕이나 해먹었다. 암튼 내일부턴 양질의 커밋을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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